서울 서대문구갑 국회의원 예비후보 1  권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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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경향신문] 고정불변한 것에 대하여

2020-10-23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가 얼마나 큰지 함부로 가늠하긴 어렵다. 하지만 하루하루 근로계약서를 쓰는 노동자나 매출이 나날이 줄어드는 자영업자에게 그 위기는 구체적이다. 위기의 끝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들의 삶은 통째로 흔들린다. 가계부의 모든 수입 항목은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변함없이 예측할 수 있는 항목도 있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월세 임대료나 상가 임대료다.

미국 UC버클리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한 미국인들을 4개 계급으로 구분했다. 첫 번째 계급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위기 이전과 거의 동일한 임금을 받는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이고, 두 번째는 일자리를 잃지는 않지만 간호사나 배달 노동자와 같이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부담이 따르는 ‘필수적 일을 해내는 노동자’집단이다.

경제적 위협을 먼저 직면하는 것은 그다음 계급부터다. 세 번째 계급은 소매점 등에서 일하거나 제조업체 직원들로 무급휴직 중이거나 직장을 잃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다. 한국의 경우 매출이 급감한 소매자영업자도 이에 속한다. 네 번째 계급은 ‘잊혀진 노동자’로 대다수 사람이 볼 수 없는 곳, 이를테면 감옥이나 노숙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의 고시원과 쪽방의 일부 사람들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산업이 무너지고 시민의 삶이 완전히 파괴됐을 때 그걸 회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겪었다. 경제위기에 대한 성공적 대응은 국내총생산(GDP)을 얼마나 서둘러 회복했는지가 아니라, 위기에 노출된 시민 수를 얼마나 줄였는지에 달렸음을 배웠다. 우리가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곳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와 ‘잊혀진 노동자’의 약해진 삶이다.

이런 현실을 마주하며 매출이 급감한 상가의 임대료와 소득이 급감한 임차인의 주거임대료를 조정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재난지원금은 한국사회에 이전엔 없었던 전향적인 노력이지만, 앞서 언급한 이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매출과 소득이 생기면 뭐 하나, 수익은 모두 임대료로 나갈 텐데’라는 자영업자와 월세 세입자의 한탄은 역설적이게도 한국사회가 이 위기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지켜내고 있는 것이 누구의 이해관계인지를 말없이 알게 해준다.

현행 주택·상가임대차보호법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기존에 계약한 임대료가 적절하지 않을 때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임대료의 조정이 한국사회에서 이제껏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못할 것은 아니다. 위기 상황일수록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고정불변의 것은 ‘임대료’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다.

나는 어릴 적 과학자를 꿈꿨던 적이 있다. 과학자라는 직업은 고정불변한 무언가를 탐구하고 쫓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최근 초등학생들이 장래 희망으로 가장 많이 희망한 직업은 건물주라고 한다. 건물주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진 못했지만, 무엇이 매력적이었을까 궁금하다. 재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지켜지는 권리, 그런 고정불변한 지위가 있다면 그것은 건물주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원문보기 :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2005270300075&fbclid=IwAR1VG0dqv1brspooBb_YFODTJ7-ZGtT4wmxYAvJ7LjqKd8hrkwDEbxLG1AA#c2b

권지웅 민달팽이 주택협동 조합 이사 

서울 서대문구갑 국회의원 예비후보

서대문이 키운 민생대변인

권지웅

vote.jiwo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