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참 맛있었다. 냉장고에 오래 넣어두지 않고 꺼내서 윗부분은 온기가 있지만 밑으로 내려갈수록 시원했던 수박.
엄마 뭐 맛있는 거 먹을까요? 뭐 먹을까? 아구찜, 초밥.. 수박? 아, 수박!. 수박이란 말에 마치 오랫동안 기억해내지 못한 소중한 무언가라도 찾은 듯, 아이처럼 반가운 엄마의 표정에 나도 반갑다. 안 그래도 수박 먹고 싶었는데 하나는 많고 반으로 잘린 것은 맛이 없을 것 같았다나. 니가 오면 수박 먹어야지 했었다고.
하나는 많고 반은 맛이 없을 것 같은 그 수박을 사다가 거실에서 먹었다. 널찍하니 않아서 크게 크게 잘라서 수박을 먹던 날 뉴스에서 마침 수박 이야기가 나온다. 5kg 이하짜리 수박이 더 잘 팔리고 개종을 해서 공중에 열매처럼 달린 작은 수박도 영상으로 나온다. 1인 가구가 증가해서 그런 것 같다는 한 유통회사 직원의 인터뷰도 함께.
대단한 걸 하려고 했던 건 애당초 아니었지만, 엄마의 생일 그 생일을 기념할 만한 게 수박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하나는 많고 반은 맛이 없을 것 같은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은 그 말이 맴돈다. 어떤 민망함과 미안함도 함께 있다.
얼마 전 벙어리가 된 귀뚜라미 이야기를 들었다. 귀뚜라미가 내는 울음소리를 듣고 그 귀뚜라미를 갉아 먹는 생물이 있단다. 그래서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쪽으로 진화하는 귀뚜라미가 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귀 뚜르르’ 소리를 내지 않는 귀뚜라미.
그것 자체는 슬픈 일이 아니라 단지 이동하듯 변화하는 것뿐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귀뚜라미 소리가 그리웠다. 무언가를 잃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일 뿐일 텐데도 ‘귀 뚜르르’ 소리를 자꾸 떠올리는 내가 우스웠다.
공중에 주렁주렁 달려 혼자 먹기에도 알맞은 수박이 반가워야 할 텐데, 그보다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하나는 많고 반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수박을 나눠 먹었으면, 그런 시간이 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건 여전히 미련한 내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이겠지. 이건 정작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보다 휴가를 복귀해서야 생각이 났다. 그 수박을 함께 다 먹지 못하고 왔다는 사실이.
수박 참 맛있었다. 냉장고에 오래 넣어두지 않고 꺼내서 윗부분은 온기가 있지만 밑으로 내려갈수록 시원했던 수박.
엄마 뭐 맛있는 거 먹을까요? 뭐 먹을까? 아구찜, 초밥.. 수박? 아, 수박!. 수박이란 말에 마치 오랫동안 기억해내지 못한 소중한 무언가라도 찾은 듯, 아이처럼 반가운 엄마의 표정에 나도 반갑다. 안 그래도 수박 먹고 싶었는데 하나는 많고 반으로 잘린 것은 맛이 없을 것 같았다나. 니가 오면 수박 먹어야지 했었다고.
하나는 많고 반은 맛이 없을 것 같은 그 수박을 사다가 거실에서 먹었다. 널찍하니 않아서 크게 크게 잘라서 수박을 먹던 날 뉴스에서 마침 수박 이야기가 나온다. 5kg 이하짜리 수박이 더 잘 팔리고 개종을 해서 공중에 열매처럼 달린 작은 수박도 영상으로 나온다. 1인 가구가 증가해서 그런 것 같다는 한 유통회사 직원의 인터뷰도 함께.
대단한 걸 하려고 했던 건 애당초 아니었지만, 엄마의 생일 그 생일을 기념할 만한 게 수박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하나는 많고 반은 맛이 없을 것 같은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은 그 말이 맴돈다. 어떤 민망함과 미안함도 함께 있다.
얼마 전 벙어리가 된 귀뚜라미 이야기를 들었다. 귀뚜라미가 내는 울음소리를 듣고 그 귀뚜라미를 갉아 먹는 생물이 있단다. 그래서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 쪽으로 진화하는 귀뚜라미가 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귀 뚜르르’ 소리를 내지 않는 귀뚜라미.
그것 자체는 슬픈 일이 아니라 단지 이동하듯 변화하는 것뿐이라 생각하면서도 그 귀뚜라미 소리가 그리웠다. 무언가를 잃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일 뿐일 텐데도 ‘귀 뚜르르’ 소리를 자꾸 떠올리는 내가 우스웠다.
공중에 주렁주렁 달려 혼자 먹기에도 알맞은 수박이 반가워야 할 텐데, 그보다 누군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하나는 많고 반은 맛이 없을 것 같다는 수박을 나눠 먹었으면, 그런 시간이 더 자주 있었으면 하는 건 여전히 미련한 내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이겠지. 이건 정작 당사자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보다 휴가를 복귀해서야 생각이 났다. 그 수박을 함께 다 먹지 못하고 왔다는 사실이.